직분(職分)과 권한(權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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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분(職分)과 권한(權限)
  • 주일뉴스
  • 승인 2017.05.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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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지인 한 분이 해외출장을 다녀오면서 아내를 위해 선물을 사왔다. 칼이었다. 나는 잘 모르지만 주부들에게는 꽤 유명한 독일제 식칼 세트였다. 아내는 매우 좋은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튼튼하면서도 예리한 식칼 몇 자루가 아내 손에 들려졌지만 나는 두렵지 않았다. 대신 기대가 되었다. 저 도구를 통해 만들어질 음식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요리사의 손에 쥐어진 칼은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 또한 외과의사의 손에 잡힌 칼은 고난이도 수술을 통해 병을 치료한다. 하지만 범죄자의 손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히는 데 쓰일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칼을 잡아 든 사람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인격을 가지고 있는 지이다. 아내는 건강한 그리스도인이고 가족을 사랑하며 음식을 만드는데도 솜씨가 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주어진 날카로운 칼에서 식탁에 오를 맛난 음식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섬기는 교회에서 평신도 대상 교육프로그램 강의를 준비하는데, 주제가 ‘리더의 인성’이었다. 교재에 나온 소제목 중 눈에 띄는 것이 ‘성령의 열매’와 ‘리더의 영향력’이었다. 제목만 봐도 어느 정도 감이 왔다. ‘리더에게는 인성이 중요하다. 특히 교회 리더의 경우 성령께 순종하는 삶을 통해 성령의 열매가 풍성해질 때 바람직한 방향으로 영향력이 더 커진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 같았다. 교재를 읽어보니 역시 예상대로였다. 


교회 밖에서도 물론이지만 교회 안에도 다양한 직분과 그에 따르는 권한이 있다. 물론 예수 안에서 모두가 평등하고 한 몸을 이룬다. 하지만 건강한 교회로서의 역할을 위해 권한의 차이가 있고, 그에 맞게 직분이 주어진다. 물론 다스리고 지배하기 위함이 아니다. 섬기고 세우기 위한 직분이다. 직분에 어울리는 전문적인 실력과 함께 성령의 충만함을 유지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넉넉하게 소유하고 있는 직분자라면 맡겨주신 권한을 하나님의 뜻대로 잘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혹 그렇지 못한 경우는 여러 사람에게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칼이 누구에게 어떤 사람에게 쥐어져 있는가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지듯이, 직분자가 어떤 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 무엇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서 상반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렇기에 리더는, 특히 교회 직분자는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하도록 권한을 써야 한다. 섬기는 자로서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마음이 높아져 어느새 누군가를 다스리거나 지배하고 있지는 않은지 하나님 앞에서 늘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여러 해 전에 교회에서 기획업무, 특히 교역자(목사, 전도사)들 대상 인사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다. 업무량이 많아서 야근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우리교회의 중요 직분자들을 섬기는 일이었기에 기쁨과 보람이 매우 컸다. 비록 결재권자가 아니었지만 실무적인 차원에서 상당한 권한도 주어졌었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인사업무 범위에는 조직원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함께 그에 따르는 인사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한 몸을 이루는 동료 교역자에게 늘 승진 또는 포상과 관련된 조치만 정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때론 징계와 관련된 인사 조치가 결정되기도 하는데 그 과정을 담당하고 서류를 준비하는 일들이 심적으로 쉽지 않았다. 


어느 해인가 평소보다 강도 높은 징계 조치가 결정된 적이 있었다. 그 시기를 몇 달 앞두고 대상자가 확정되기 전에 징계조치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대상자들을 집중 관리했다. 인사 관련 비밀은 발설하지 않으면서 평가 기준에 미흡한 부분들을 보강할 수 있도록, 쉽게 말해 징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꽤 여러 사역자가 징계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하나님 앞에서 실무자로서 정직하게 최선을 다했고, 하나님께서 선을 이루실 것을 확신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의 심령과 삶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감사하게도 그들의 삶과 그들이 섬기는 교회에 결국 독이 아닌 복이 되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권한을 맡겨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리고 그 권한 행사의 대상이 되는 영혼들은 바로 그 권한을 부여하신 하나님께서 대신 죽어주신 영혼들, 즉 하나님의 목숨만큼 소중한 존재들이다. 교회 안에서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 것인가. 직분과 권한의 근원이 되시며, 영혼들의 주인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심령에 가득 채우면서 하나님이 보시기에 합당하게 직분을 감당하고 권한을 행사하는 행복한 하늘 일꾼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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