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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녹이는, 잔잔하지만 강렬한 사랑의 메시지
주일뉴스 | 승인 2017.04.20 14:31
때로는 나의 수고와 고난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누가 나의 이러한 형편들을 기억이나 해주겠는가 하는 허무감에 절로 한숨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을 지은 이가 나를 기억하고 나의 기도를 들으신다고 생각하면 내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행복과 위안이 찾아온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회에 다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되었지만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그때의 교회 친구들을 지금까지도 만나고 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종교를 생각할 만큼 여유롭지가 않았다. 결혼을 하고 보니 시댁 아주버님 가족은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이었다. 시아주버님은 가끔 지나가는 말로 한 번씩 “제가 제수씨 교회 나가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하고 있어요”라고 얘기하셨다. 난 그때마다 겸연쩍게 웃기만 하였다. 
하던 사업도 자리를 잡아가고 조금씩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다시 교회를 다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먹고 동네에 꽤 큼직한 교회들을 한 번씩 나가보았다. 그러나 어디를 가도 목사님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 곳이 없었다. 그 후로 몇 교회를 전전하였으나 가는 곳마다 실망감을 느꼈다. 마치 사교장처럼 관계에만 치중하거나 부흥에만 열심을 내 거부감이 들었다. 혹은 새 신자에 너무 들이대듯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떠돌이 교인생활을 접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동네에서 같이 자란 초등학교 친구가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콘서트를 한다며 올 것을 권하였다. 친구 얼굴도 볼 겸 그 친구가 무얼 하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가보기로 했다. 
내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 교회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교회였다. 그런데 지금은 건물도 커지고 주변 환경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친구를 따라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던 어느 주일 예배시간, 세련되지 않은 투박한 말투로 하나님을 향한 열정을 쏟아내는 목사의 설교에 깊이 감동을 받았다. 그동안 돌아다닌 여러 교회에서도 해소되지 않던 말씀에 대한 갈증이 사라진 것이다. 
나는 목사님을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 안타깝다. 이미 지병(持病)이 깊으시고 나이가 많으셔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앞으로 그의 설교를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설교시간이면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사람들이 저마다 종교를 갖는 이유는 그것이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는 각자의 마음에 타고난 종교심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앙만은 그러한 종교심에 의지하지 않는다. 오직 성경이라는 계시에 천착(穿鑿)한다. 모든 종교의 경전이나 교리는 인간의 종교심이 만들어내는 창작물이다. 하지만 성경은 수십 명의 서로 다른 저자의 책을 한 데 모아놓은 편집물이다. 또한 저자들마다 자기 생각을 적어놓은 게 아니라 자기가 만난 신에 관한 증언들을 ‘기록’의 목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마치 기자수첩처럼 그들이 보고 들은 것, 경험한 것을 기록하여 세상에 남긴 것이다. 그러므로 보통의 일반적인 종교에서는 종교생활이 주가 되지만 기독교에서만큼은 성경이 주가 된다.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다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다사다난(多事多難)한 세월 속에서 나 역시 많은 일을 겪으며 살아 왔다. 그 중 최근 겪었던 일들은 다시금 나 자신을 바라보고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모든 시름이 덜어지고 마음속에 잔잔한 소망이 자리 잡았다. 
때로는 나의 수고와 고난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누가 나의 이러한 형편들을 기억이나 해주겠는가 하는 허무감에 절로 한숨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에서 보듯 세상을 지은 이가 나를 기억하고 나의 기도를 들으신다고 생각하면 내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행복과 위안이 찾아온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대로 진행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는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녹이는 것이 잔잔하고 강렬하게 말씀하는 사랑의 메시지임을 굳게 믿는다. 

김의진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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