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의 유전정보를 알게 되는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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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유전정보를 알게 되는 날이 온다!
  • 주일뉴스
  • 승인 2017.04.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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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유전정보는 결국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지금의 사회적 개인정보와 같은 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정보들이 진료를 위해서 교육을 위해서 공유되기 시작한다면 개인의 자유는 더욱 구속받지 않을까?

모든 사람의 세포의 핵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있다. 평소에는 세포핵 내에 풀어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세포가 분열할 때에는 23쌍의 염색체를 뚜렷이 구분할 수 있다. 염색체에는 DNA가 있는데 여기에 인간의 모든 유전정보가 담겨 있다. 
23쌍의 염색체는 각각 부모로부터 한 벌씩 물려받은 것이다. 아이들을 보면서 누구는 엄마를 더 닮았느니, 누구는 아빠를 더 닮았느니 한다. 하지만 사실은 공평하게 모두 한 벌씩 물려받는 것이다. 다만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더라도 염색체들이 조합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그 결과 형제자매 간에 형질의 차이가 제법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비슷비슷한 것 같지만 성격이 천차만별이고 소질이 다 제각각이며 체질이 다 다른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유전정보를 잘 분석해보면 특정 질병에 취약한 인자 등을 찾아낼 수 있다. 물론 모든 병이 유전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암이나 치매 등 특정 질병 중에는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질병들이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박테리아에 감염되더라도 모든 사람이 다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별다른 문제없이 잘 지나가는 데에 유난히 그 병에 취약한 이들이 있다. 그래서 원인을 조사해보면 그런 사람들은 특정 유전인자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반대로 대개의 사람이 발병하는 상황에서도 유난히 특정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이들도 있다. 이런 경우 역시 유전인자가 다른 이들과는 다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대개 ‘체질’로 치부되던 것이 실제로는 유전자의 특징으로 밝혀진 것이다. 
현재 이런 질병들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유전적 연구가 활발하다. 학자들은 각각의 질병에 대해 어떤 유전인자들이 어떻게 작용하여 병에 걸리게 되는지를 연구해왔다. 그 동안 똑같은 상황에서 유난히 질병에 취약한 유전인자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혹은 반대로 질병에 저항할 수 있는 유전인자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연구해 온 성과들은 실로 방대하다. 그러나 이런 성과들은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치료에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정 질병과 특정 유전인자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알아도 정작 필요한 때에 환자 자신의 필요한 유전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각국이 경쟁하듯 발표하는 ‘인간 유전자지도’
정작 필요한 것은 차이 나타내는 개별적 정보  

지난 2001년 2월 세계적인 과학논문지인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에는 각각 인간 유전자지도에 관련된 논문이 실렸다. 이 두 편의 논문의 결과를 상호보완·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2003년 미국 국립 보건원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는 인간 유전정보의 99% 이상이 담긴 유전자 지도를 공식적으로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세계 각국은 자국인들의 고유한 특성이 담긴 유전자 지도 연구의 성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2016년에 비로소 한국인 표준 유전자 지도를 발표하였다.
사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표준 유전자지도를 알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의 유전자지도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표준 유전자지도와 내 유전정보 사이에 큰 차이는 없겠지만, 각각의 사람들을 구분 짓는 독특한 차이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작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개별적 정보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모든 사람의 유전정보를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장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필요했다. 2001년에 발표된 유전자지도를 작성하는 데에는 대략 1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투입된 비용만 해도 수조 원에 달했다. 그러나 곧 많은 기업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2007년 11월 미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작된 디코드미(deCODEme)라는 유전정보 서비스는 전체 유전정보의 0.1%를 1000달러도 안 되는 비용으로 제공했다. 이 회사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뛰어든 많은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의 전체 유전정보를 100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유전정보가 예고하는 건강·교육의 장밋빛 미래  

이런 일이 성공한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신생아가 태어날 때에 아이의 유전정보를 미리 파악해서 아이가 평생 취약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병에 걸리든지 건강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는 기상예보가 그러하듯이 각각의 질병에 걸릴 확률을 미리 알게 될 것이다. 만약 특정한 암에 취약하다면 미리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평생 운동 프로그램과 식이요법을 추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예방의학에서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인의 유전정보를 아는 것은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특정한 약이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다지 효과를 못 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이 지긋한 분들 중에는 꼭 특정 상표의 진통제나 소화제만을 선호하시는 분이 있다. 그들은 원인은 모르지만 경험을 통해서 해당하는 약품이 특히 자신에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이렇듯 약품의 효과가 사람마다 다른 것은 많은 경우 유전적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의사가 환자의 유전정보를 알고 있다면 맞지 않는 약을 쓰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이는 부작용의 위험성을 낮출뿐더러 과잉진료로 인해 진료비가 늘어나는 것 또한 막을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위험해서 사용하기 힘든 약을 특정 환자에게는 사용이 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치사율이 높은 질병의 경우에는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약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유전정보를 안다면 위험을 최소화하고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개인의 완벽한 유전정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건강과 관련된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아이는 미술에 소질이 있다. 또 다른 아이는 음악에 소질이 있다. 어떤 아이는 운동에 소질이 있다. 운동도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만약 김연아 선수에게 수영선수의 길을 권유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녀는 어쩌면 수영도 곧잘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수영에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터로서 성취한 것만큼의 성취를 이루었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특히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아이의 학업에 관심이 많다. 대부분의 엄마는 자기 자식에게 기대를 가지게 되고, 늘 “우리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실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결국 공부도 소질이 있어야 잘 하는 것이다. 공부 소질도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아이의 유전정보를 안다는 것은 아이의 소질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아이의 소질을 미리 파악해서 교육과 진로 계획을 보다 쉽게 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유전정보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것인가? 

자, 그런데 과연 이처럼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일까? 확실히 진료를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전체 유전정보를 안다면 보다 적절한 치료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전체 유전정보를 안다면 보다 효과적인 육아와 교육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유전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유혹할 것이다. 과연 정말 그럴까? 오히려 식이요법과 운동 프로그램에 관한 전체 지출이 훨씬 늘어나지 않을까? 건강을 누리기 위해 신생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관통하는 종합적인 케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발상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 중 하나인 건강마저도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지게 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지 않을까?
사실 현재도 건강은 결코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높은 소득 수준을 누리는 상위 계층은 건강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양질의 식품을 섭취하는 것, 적절한 운동과 취미활동을 즐기는 것,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누리는 것 등이 안타깝게도 소득수준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건강은 법적으로나 이상적으로는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권리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유전정보 서비스는 건강을 누리는 데에 필요한 전체 비용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다.
아이의 소질을 미리 알아내는 것 역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엄청난 규모인 사교육 시장을 생각해보자. 소질을 미리 알아내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교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 역시 소득수준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 당연하다.
물론 아이의 소질을 미리 알게 된다면 지금처럼 모든 아이에게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인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미래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에게 선택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특정한 미래를 더욱 강요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가 과연 행복을 제대로 누릴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개인의 유전정보는 결국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지금의 사회적 개인정보와 같은 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정보들이 진료를 위해서 교육을 위해서 공유되기 시작한다면 개인의 자유는 더욱 구속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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