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등이라도 좋사오니
상태바
꼴등이라도 좋사오니
  • 주일뉴스
  • 승인 2017.03.16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님께 많은 칭찬을 받고 하늘나라에 소문이 자자한 동료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들 나보다 열매가 많고 등수가 내 앞에 있으면 좋겠다.
이들과 함께 성령으로 사역할 수만 있다면 나는 꼴등이라도 좋다. 

1996년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단체에 사역자로 임명을 받았다. 물론 사역자로 섬기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았다. 하지만 선배 사역자들의 헌신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면서 그 삶이 너무도 부럽고 사모가 되었다. 첫 번 면접은 낙방이었다.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선배 사역자들 앞에서 몇 가지 질문을 받았고, 나름 성실하게 답변을 했다. 그러나 답변 과정에서 나 스스로도 자격 미달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열정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다음 기회에 다시 면접에 응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눈물이 정말 많이 나왔다. 함께 면접에 응했던 동료들의 위로를 뒤로 하고 돌아가는 길, 캄캄한 밤이라 누구도 볼 사람이 없었기에 원 없이 울었다. 하지만 낙심하거나 시험에 든 것은 결코 아니었다. 
1년 뒤, 가까스로 면접을 통과해 사역자가 되었다. 정직한 헌신과 열매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정말 기뻤다. 그 때 했던 기도 중 하나가 “하나님, 꼴등이라도 좋사오니 이 사역에 계속 함께 하게 해주세요”였다. 
나는 교회와 교회에 주신 사명이 정말 좋았다. 이 귀한 일에 참여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허락만 해주신다면 사역자 중 꼴등을 하는 것은 아무런 부끄러움도 아니었다. 그 뒤 시간이 지나 전도사로서, 또 목사로서 사역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목사로 안수를 받은 지 10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그 처음의 기도 제목은 여전히 변함없다. 기도제목의 영향인지 돌아보면 내세울만한 특별한 열매가 별로 보이지 않고 아직도 사역자로서 그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교회가 좋고 교회에 주신 사명이 기쁘다.
교회에 모임이 많고 누구를 만나도 반갑다.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임은, 월요일 오전에 모이는 목사 전체모임이고 두 번째는 목사, 전도사가 모두 모이는 월요일 조회이다. 이 귀한 사역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동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내게는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술 후 회복단계에 있어 두 달 가까이 거의 모임에 출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항상 그 시간이 되면 마음이 설렌다. 은혜와 사명이 충만한 전도사님들, 목사님들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들이 뭔가 열매를 내서 칭찬을 받을 때도 내일처럼 행복하고, 간혹 힘들어 하는 동료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면 내 식구처럼 아파하고 기도하며 응원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자기 피로 사신 교회들에게 골고루 사명과 은사들을 주시는데, 우리교회에 주신 사명이 내게는 딱 인가 보다. 눈에 보이는 열매는 그저 그렇지만 꼴등이라도 좋으니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사 부족한 내게 헌신할 기회를 계속 주시기를 기도한다. 물론 하나님께서 ‘어디로 가라’ 하시면 ‘아멘!’ 하고 순종할 것이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우리교회를 사랑하며 헌신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 지난주는 좀 특별한 상황이 생겨 세 번씩이나 모임이 있었고 감사하게도 모두 참석할 수 있었다. 치료와 회복 단계에 있기에 다른 이들처럼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킬 수는 없었지만 여전히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사랑하는 우리 동역자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정말 행복하게 사역하길 기도한다. 한 가족이요 한 몸을 이루는 동료 모두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예수를 닮아가고 더욱 성령으로 충만하게, 더 뜨겁게, 그리고 더욱 겸손하게 교회와 영혼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하나님께 많은 칭찬을 받고 하늘나라에 소문이 자자한 동료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들 나보다 열매가 많고 등수가 내 앞에 있으면 좋겠다. 이들과 함께 성령으로 사역할 수만 있다면 나는 꼴등이라도 좋다. 
오늘도 우리교회와 우리교회에 주신 사명을 사랑하고 귀히 여기며 직분자 대열의 맨 뒤에서 간신히 따라가는 어설픈 모습일지라도 오래오래 성령으로 헌신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