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은 곳의 사정을 나누고 함께 아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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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은 곳의 사정을 나누고 함께 아파하기
  • 이천용 기자
  • 승인 2017.02.24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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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엄살 같지만 정말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다음 날 예정되어있던 큰 수술을 받기도 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너무 괴로워 죽을 것만 같았다. 기도가 절로 나왔다. ‘하나님 제가 이런 과정을 꼭 겪어야만 하나요?’ 나 같은 환자가 수술을 준비하면서 한 번씩은 거치는 과정이기에 간호사들은 그 괴로움을 경험으로 안다.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병동 간호사가 친절하게 “힘드시죠? 어떡해”하며 말을 붙이길래 나도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제 대신에 이것 좀 마셔주세요.” “어머, 그건 안되죠!” “간호사님, 혹시 이것 마셔보셨나요?” “아뇨!” 
“그럼, 지금 내 마음 잘 모르죠?”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소장과 대장을 깨끗이 비워야 했다. 그 절차로 가루약을 한 번에 500ml 물에 넣어 마셔야했다. 총 여덟 봉지니까 무려 여덟 번에 걸친 과정이었다. 많이 좋아졌다지만 가루약을 탄 물은 편안하게 마시기가 어려웠다. 네 번째 쯤 되니까 냄새만 맡아도 구토가 나오려 했다. 기도하고 정신 무장을 했지만 여전히 구토가 올라오고 눈물이 막 나왔다. 한 번은 1/3가량을 버렸고, 일곱 번째는 절반만 마셨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여덟 번째 약 봉지는 내 사물함 깊숙이 숨겼다. 회개 기도할 정신도 없이, ‘다 마셨습니다’라고 보고를 했다. 그러자 수술 준비가 될 정도로 충분한 지, 쉽게 말해서 대장이 깨끗해졌다는 증거로 맑은 물 같은 변이 나오는 지를 담당 간호사가 화장실까지 따라와서 확인을 했다. 내가 한 일을 알기에 조마조마 결과를 기다렸다. 잠시 후 간호사의 입에서 복음같은 말이 나왔다. “이 정도면 됐네요. 수고 하셨어요.” 혹시나 한 봉지 남은 것을 마저 마셔야 할까봐 수술이 끝날 때까지 꽁꽁 숨겨두었다. 그리고 나중에 퇴원 전에 몰래 병실 밖 화장실에 버렸다. 
내가 직접 겪었던 이 일을 과연 몇 사람이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치료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의사와 간호사도 환자의 심정을 정확하게는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가장 가까운 가족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속 모르는 소리, 환자 입장에서 마음이 힘들어지는 소리를 자기도 모르게 자주 하게 된다. 수술하면서 3주 정도 병원에 입원해있으면서 깨닫고 배운 것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그 동안 내가 아픈 사람들, 특히 상태가 심각해서 병원에 입원까지 해야 하는 환자들의 속마음을 너무 몰랐다는 사실이다. 24시간 병실에 박혀있어야 하고, 때론 누워 자는 것 자체도 고역인 환자들의 심정, 옆 침대의 환자가 하루아침에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도대체 낫기를 원하는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으시기는 한 것인지 의심과 원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되는 환자들의 속마음…. 나름 병원심방을 정성껏 성실하게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실상은 환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살피거나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직접 겪어보니 그랬다. 환자가 되어 보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심정을 아는 척, 공감한 척 했다는 것이 많이 부끄러운 한편, 깊이 반성하는 기회가 되어 하나님께 감사했다. 
첫 수술 후 1년 반이 지난 뒤에 치료과정의 일부분으로 다시 추가적인 수술을 하게 됐다. 3주 가까이 입원해 있는 동안, 우리 병실 담당 간호사가 내게 ‘이 방 환자 전체의 보호자 같으세요’라며 칭찬을 건넸다. 보호자나 간호사가 눈치 채지 못하는 환자들의 특이점을 그 때 그 때 알려주기도 하고, 먼저 아파 본 선배로서 체험을 동반한 격려와 조언도 해가며 나름 열심히 그들은 돌봤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랑 다른 병명으로 치료를 받는 분들의 사정에 대해서는 역시나 여전히 아주 부분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뿐이지만 환자가 되어 본 경험은 상대방의 중심을 살피고 공감하는데 있어서 내게 크게 유익했다.
우리는 교회 안과 밖에서 주변의 사람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웬만큼 신뢰하지 않으면 꺼내지 않는 속마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살피고 있을까? 영적인 문제를 돕기 위해서는, 영혼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을 열고 또 나누며 상대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웃과 동역자들의 마음 깊은 곳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가? 이를 알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우울하고 암울한 소식으로 가득한 요즘,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성도의 심정도 그 영향으로 적지 않게 어둡다. 교회 밖은 차치하더라도 먼저 교회 안에서라도 마음을 열어 서로를 살펴야 할 때이다. 또 그 안에서 발견한 어려움과 갈급함을 하나님께로부터 임하는 것들로 채워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죄인이요 원수였던 인간을 사랑하사 대신 죽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 국적과 인종 불문하고 남녀노소 모두 가장 신뢰하고 고마워하는 예수그리스도의 그 마음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공감하고 나누며 함께 감당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서로를 돌아보자. 고통스런 상황 속에서도 세상을 이기려 교회를 찾은 성도를 허탈한 심령 그대로, 아니 심지어는 더 힘들게 만들어서 세상에 내보내는 것은 끔찍한 죄악이다. 
우리를 보며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너는 내 마음 모르지?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내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짐작도 못하지?’하며 울거나 절망하거나 분노하고 있을지 모르는 동역자들의 마음을 깊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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