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깊이 새겨진 무거운 말 한마디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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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깊이 새겨진 무거운 말 한마디의 책임
  • 임하초
  • 승인 2017.02.24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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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동네에 곧 퍼졌고 그 후로는 누구도 함부로 소문을 내지 않았다. 그 때에 어머니가 단호히 결백을 주장하지 않았거나 신속히 대처를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황당한 소문이 퍼져나갔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처음에는 작디작은 일이다. 사실도 아닌 그 사소한 일이 소문으로 퍼져서 얼마 후에는 평생 씻을 수 없는 큰 올무가 된다. 
요즘같이 통신의 발달로 한 사람의 잘못된 얘기가 걷잡을 수 없이 다른 사건으로 변하고, 이내 눈덩이 보다 커져서 상상을 초월한 괴물로 변해 상황을 무섭게 몰아가는 것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도 다 옛말이다. 인터넷에서 소문은 빛의 빠르기로 몇 분 만에 지구 몇 바퀴를 돌고 돈다. 아니 이제는 지구인 전체가 현장중계로 같은 사안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런데 그 소문이 잘못된 정보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아픔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잘못된 소문의 무서움을 어릴 적 뼈저리게 체감한 일이 있었다.
몇 년 동안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던 부모님은 마지막 동네 사람에게 빌린 돈을 돌려주고는 모두 다 갚았다며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신이 나신 아버지는 그 해 동네 어른들과 가을 단풍놀이를 가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행길에 교통사고를 당하셨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셨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하여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 억울하다며 목 놓아 우시는 어머니의 곡소리가 며칠째 계속되고서야 실감이 났다. 
며칠 후 어머니는 눈물을 거두시더니 오남매를 앉혀 놓고 당부하셨다. 아버지가 계시는 것처럼 늘 행동 조심하고 아버지의 삶의 모습을 잊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어머니는 혼자서 농사를 지으셨고, 오남매는 직장에서 각자의 몫을 하며 살아갔다. 워낙 바쁜 탓에 명절이 되서야 고향집에 모여 겨우 남매끼리 얼굴을 봤고 어머니가 해 주시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명절 어느 날, 가까운 집안 대모님이 날 부르시더니 이상한 말씀을 하셨다. 난 충격을 받고 어머니께 달려가 따지듯 여쭤봤다. 
“엄마 나 버리고 딴 데 재혼하고 싶어?” 
“무슨 쓸데없는 소릴….”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자식들이 여전히 수군거리자 우리 모두를 방으로 부르셨다. 
“할 말 있으면 해봐라.” 
비장한 어머니의 물음에 낮에 들은 소문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벼락같이 화를 내시면서
“너희가 자식이냐? 혼자 사는 어미를 욕보이는 그런 말을 하면 입에 똥바가지를 퍼 부어야지! 니 애미가 말 같지 않은 걸 묻는다고 했는데도 동네사람들한테 확인하러 다니냐! 너희가 못하면 내가 그 입을 찢을 테니 누군지 당장 말해라! 자식이 이리하니 남도 나를 깔보는 구나!”
어머니는 억울함에 피눈물을 흘리셨다. 어머니를 믿지 못한 죄송한 마음에 우리도 함께 울었다.
진상을 알아본바, 좀도적이 들어오다가 사람이 들어오니 도망 간 것을 두고 사내가 들락거린다는 헛소문이 퍼진 것이었다. 당장에 사람 몇몇을 찾아다니며 처음 소문을 퍼트린 사람을 찾아냈다. 
“제 손에 똥바가지를 받으실래요? 어머니께 직접 입을 찢어 놓으라고 할까요? 아니면! 소문을 다 거둬들이실래요?” 
그 어른은 벌벌 떨었다. 잘못 알았다고 동네사람에게 제대로 말하겠다고 했다. 
이 사건은 동네에 곧 퍼졌고 그 후로는 누구도 함부로 소문을 내지 않았다.
그 때에 어머니가 단호히 결백을 주장하지 않았거나 신속히 대처를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황당한 소문이 퍼져나갔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삼 백여 가구의 집성촌 종씨들이 사는 동네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혼자 사는 어머니한테 가해질 흉측한 추측들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니 나중에 어머니 혼자서 이런 사실을 아셨다면 그 분노로 어떤 일이든 벌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 때의 일로 자식들은 어머니에 대한 신뢰가 평생 흔들리지 않았다. 
또한 말에는 반드시 책임감을 져야 한다는 것을 무섭게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임하초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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