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노동자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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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노동자의 시대가 온다
  • 문상호
  • 승인 2017.01.26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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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임금을 줄 필요가 없다. 노동조합도 만들지 않는다. 제때 기름칠만 하고 전기만 공급해 준다면 로봇은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충실히 업무를 다할 것이다. 이런 로봇은 빠른 속도로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다. 

왓슨(WATSON)은 최고의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탁월한 학생에 비유할 수 있다. 이 학생은 얼마나 탁월한지 심지어 선생님보다 더 나은 실력을 보인다. 왓슨은 최고의 의사들로부터 이미 잘 정리되어 있는 의학을 배운다. 온라인에 연결된 왓슨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고 수준의 의학정보도 수집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왓슨은 인간 의사보다 더 나은 암 진단율을 보인다. 
왓슨의 이런 접근 방법은 정답이 존재하는 분야에서 크게 빛을 발할 수 있다. 왓슨은 최고의 전문가들이 구축해 놓은 지식을 빠른 속도로 습득하여 어떤 인간 전문가보다 더 탁월한 수준의 지식을 발휘할 수 있다. 

시행착오를 통해 무섭게 성장하는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

반면에 알파고(AlphaGo)는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다. 알파고는 최고의 전문가들에게 바둑을 배운 것이 아니다. 알파고는 단지 수많은 기보를 습득하여 바둑의 규칙들을 배웠다. 그리고 수많은 실전 게임을 통해 실력을 상승시켜 나갔다. 
2015년 10월에 알파고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 2단과 대결하여 5전 전승을 거두었다. 2016년 3월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바둑 기사인 한국의 이세돌 9단과 대결하여 4승 1패의 놀라운 성적으로 승리했다. 당시 세계 챔피언이던 중국의 커제 9단은 이세돌 9단의 경기 결과를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이 대국했더라면 달랐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12월 29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알파고는 인터넷 바둑을 통해 커제 9단을 포함한 전 세계의 최고 수준의 바둑 기사를 상대로 60전 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이 대국들은 사실 올해 예정되어 있는 또 다른 인간 챔피언과의 대결을 앞두고 단지 기술점검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세돌 9단은 또 다시 알파고와 대결한다면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제 알파고는 인간 프로 기사들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알파고의 이런 접근 방식은 정답이 주어지지 않은 영역에서 큰 성과를 보일 것이다. 알파고가 활약하고 있는 바둑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바둑은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정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다. 과거 기사들의 놀라운 기보는 바둑에 입문하는 후배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후배들은 곧 그 기보를 뛰어넘을 것이다. 이렇게 한 가지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여러 해법이 존재하거나 절대적인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서 알파고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 아직은 미개발 상태

구글이 단지 바둑분야의 세계 챔피언이란 타이틀이 탐이 나 알파고를 개발한 것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해법이 존재하는 세계의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이 구글이 지향하는 방향일 것이다. 이러한 이상을 완전히 만족시키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눈높이를 조금만 낮춘다면 어떨까?
영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에서 찰리 채플린은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나사를 조이는 일을 끝없이 반복하는 노동자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을 비판하는 영화지만 오늘날 이런 단순 작업을 요하는 많은 분야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자동차 생산 공정의 상당 부분에 로봇이 투입된다. 각각의 로봇은 처음부터 해당 작업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지고 오직 그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에만 연결되어 있다.
이런 로봇들은 인간 노동자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사람은 창의력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반복 작업에는 쉽게 지쳐버린다. 반면에 로봇은 전혀 싫증 내지 않고 전기만 공급된다면 부품이 완전히 마모되기 전까지 같은 일을 무한히 반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로봇에게도 약점은 있다. 싫증 내지 않고 같은 일을 무한 반복할 수 있는 그 우직함이 때로는 약점이 된다. 업무 환경이 바뀌었을 때 사람은 개인차가 있지만 어쨌든 바뀐 업무에 적응해 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존의 로봇은 단 한 가지 작업에만 최적화되어 있어서 조금만 업무의 성격이 바뀌어도 전혀 쓸모가 없어진다. 만약 기업이 원하는 분야가 바뀐다면, 이제껏 잘 돌아가던 로봇을 포함한 작업공정 자체를 완전히 들어내고 많은 자본을 들여서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로봇들의 시대가 오고 있다. 과거의 로봇들은 그 외관부터 단 한 가지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로봇들은 비교적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과거의 로봇들은 단 한 가지 작업만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었다면 이 새로운 로봇들은 알파고처럼 시행착오를 통해 점점 더 탁월한 결과를 내어놓을 수 있는 인공지능이 탑재된다. 이런 로봇들은 알파고가 그러하듯이 시행착오를 통해 업무를 배운다. 그리고 이 로봇들은 인간 노동자들이 그러하듯 처음에는 그저 ‘보조’ 수준의 일을 할 뿐이지만, 점차 업무를 익혀 나중에는 한 사람 몫의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성큼 다가온 ‘기계 노동자’의 시대 

아마도 이런 로봇은 한 가지 단조로운 행동을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종류의 일에는 현재의 로봇보다 효율이 떨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로봇은 보다 다양한 종류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새로운 업무에 투입된다면 또 새로이 일을 배워야 하겠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숙련공 수준으로 작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쯤 되면 기계 노동자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은가. 

로봇 노동자가 그려낼 새로운 노동시장의 지형 

기계 노동자들의 시대가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이런 종류의 로봇은 현재의 로봇보다 비쌀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로봇은 어떤 업무에나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말은 대량 생산을 감당할 충분한 수요가 보장된다는 말이다. 생산단가는 곧 저렴해 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런 로봇은 빠른 속도로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다. 
어쩌면 제3세계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용보다 로봇을 구매하는 비용이 더욱 비쌀 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비싼 초기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오히려 로봇을 구매하는 것이 더 나은 환경이 될 것이다. 우선 로봇은 임금을 줄 필요가 없다. 노동조합도 만들지 않는다. 제때 기름칠만 하고 전기만 공급해 준다면 로봇은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충실히 업무를 다할 것이다. 초기 비용은 제 3세계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더 많을지 모르지만 결국 로봇을 투입하는 것이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신경 써야 할 위험요소가 대폭 줄어든다. 1세계 국가에서 시작한 기업들은 제3세계에 공장을 설립한 데에서 오는 정치적 사회적 불안요소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자, 이렇게 되면 이제 기업들은 더 이상 중국이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 공장을 두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각국에 공장을 건설하게 될 것이다.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던 제3세계의 산업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어진다. 1세계와 3세계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고 이는 세계 간 영향력의 차이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무대에서 3세계 국가들과 후발주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3세계의 바로 그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던 대다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인간 노동자에게 결코 낙관적이지 않은 새로운 노동환경

1세계에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은 자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것이며 정치인들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같은 전통적인 강대국의 노동자들은 기업들이 제3세계의 저렴한 노동력을 의지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3세계에서 철수해서 자국으로 돌아오는 기업들을 지지할 것이다. 이런 정책을 펼쳐나가려는 정치인들의 지지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2016년 말의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가 당선될 수 있던 데에는 이러한 미국 백인 저소득층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불법입국자들을 추방하고 이민의 문턱을 높여서 자국 노동자들의 취업률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보호무역을 강화해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그의 약속처럼 미국의 석탄 산업이 되살아나기는 힘들 것이다. 디트로이트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것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혹여 디트로이트가 다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가 된다 하더라도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 백인 저소득층의 기대처럼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공장들이 1세계로 돌아온다면 3세계 노동자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고용하는 것보다 더욱 유리한 기업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로 돌아오는 공장에는 이미 로봇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을지 모른다.

문상호 목사 / 기쁨가득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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