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의 온정이 아쉬운 어려운 이웃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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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의 온정이 아쉬운 어려운 이웃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 이진이
  • 승인 2016.12.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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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의 추억과 겨울나기 2
연탄을 사용하는 집도 많이 사라졌지만, 도심 속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꼽혀 대부분의 연탄제조공장도 문을 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때에도 연탄 한 장이 없어 추위에 떠는 이웃이 아직도 적지 않다. 


겨울이면 연탄을 때던 당시의 고된 삶과 관련한 추억과 함께 어머니가 떠오른다. 내가 어리고 어머니가 젊던 그때는 요즘보다 여자들의 해야 할 집안일이 많았다. 그 많은 일을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몸소 하다 보면 육체는 당연히 피곤한 법이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한밤중이고, 이른 새벽이고 그 곤한 몸으로도 연탄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고 애쓰셨다. 
간혹 몇몇 잘 사는 집에는 있었지만 우리 집에는 세탁기가 없었다. 어머니는 여러 명의 자식이 벗어 놓은 산더미 같은 빨랫감을 두 손 호호 불어가며 비벼 빠시고는 가는 두 팔목이 휘어져라 물기를 짜내셨다. 빨래가지에서는 자식들의 온갖 투정처럼 물기가 뚝뚝 떨어져 내렸다.
겨울해가 동동걸음보다 빠르게 지나면, 밖에 널려 있던 옷가지들은 딱딱하게 얼어 방패처럼 되어버리곤 했다. 그런 옷가지를 걷어 넓은 마루가 썰렁해서 들여놓은 연탄난로의 연통 위에 널고, 그것도 부족하면 얼기설기 저녁에만 펼쳐지는 빨랫줄 위에 옷가지를 널었다. 
다음날 바짝 잘 마른 옷을 입고 학교에 갈 때면 어머니는 그런 자식의 뒷모습을 바라보시며 ‘연탄불 덕분이다’라고 한 말씀 하셨다. 연탄에 대한 무수히 많은 추억이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현재 우리 집은 사용이 편리한 연료인 도시가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나도 경제부분에서는 서민그룹에 속한다. 나의 게으름과 건강으로는 이런 서민 생활에서나마 연탄이 아닌 편리한 도시가스를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연탄을 사용하는 집도 많이 사라졌지만, 도심 속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꼽혀 대부분의 연탄제조공장도 문을 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때에도 연탄 한 장이 없어 추위에 떠는 이웃이 아직도 적지 않다. 
돈 많은 부자들은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적지 않게 기부를 한다. 당연히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실이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메일 한통 보내면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 한 장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회봉사 릴레이 기부행진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나름대로 해석해 본다면, 충분히 안락함을 누리며 사는 부자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하는 기부는 그들에게는 그렇게 할 사회적 책임이 있고, 또 그걸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리라. 그에 비해 그다지 잘 살지도 못하면서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음을 쓰고, 작게라도 도움을 주는 일은 자기희생이 바탕이 된 어머니의 사랑 같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내가 아무리 연탄불의 따스한 온돌방을 좋아해도 그걸 누리지 못한다. 연탄불이 주는 그리운 옛 정서도 느낄 수 없다. 그래도 그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내 추억 속에서 다시 데우면 되니까 말이다. 
매스컴에 따르면 올겨울에도 많은 이가 연탄 기부를 하고, 연탄 배달 봉사에 나섰다고 한다. 그중에는 정치인, 대통령 후보 혹은 재벌 회장도 있다. 어찌 됐든 연탄이 없으면 건강과 생명이 위태로운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비록 연탄이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어려운 이웃들의 집마다 넉넉히 쌓였으면 좋겠다. 

이진이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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