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윤리] 프라이버시 문제와 비밀유지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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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윤리] 프라이버시 문제와 비밀유지의 한계
  • 주일뉴스
  • 승인 2020.12.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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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윤리의 동향과 쟁점(2)
▲ 윤영돈 교수(인천대 윤리교육학과)
▲ 윤영돈 교수(인천대 윤리교육학과)

흔히 사생활로 이해되는 프라이버시는 어느 정도의 무게로 존중받아야 할까. 20세기 여성문학의 선구로 불리는 케이트 쇼팽(Kate Chopin, 1850-1904)의 단편소설 한 시간의 이야기(The Story of An Hour)”에는 프라이버시의 의미가 극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철도 사고로 남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맬라드 부인은 잠시 남편을 잃은 상실감에 젖어 있다가, 남편으로부터 구속되고 남편에게 의존하여 살아왔던 삶에서 벗어나, 이제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속한 자유를 자각한다.

삶의 동반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사적인 의지를 꺾는 것은, 그것이 친절한 의도이든 잔인한 의도이든, 범죄라고까지 말한다.

이렇게 보면 프라이버시는 개인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자율성이나 자기결정권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낙태가 합법화된 이면에 이와 같은 여성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강조하는 논리가 담겨 있다.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프라이버시권이 우선한다고 보고, 두 권리가 충돌할 경우, 정당방위 차원에서 낙태가 허용될 수 있다고까지 주장하는 이도 있다.

여성의 몸은 자기 자신 이외의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앙적이거나 도덕적인 이유에서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에 서있다하더라도 이러한 프라이버시의 무게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담은 삶의 어떤 영역보다도 내담자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상담자에게 거의 제한 없이 공개하는 영역이다. 때문에 상담자는 내담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내담자의 어떤 프라이버시도 다른 사람에게 옮기거나 공공연하게 표현해서는 안 되는 의무를 지닌다.

일종의 내담자 관련 정보 및 상담 내용은 비밀(confidentiality)로 보장되어야 한다. 심지어 상담가는 어떤 내담자를 상담했다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교육기관이나 교회에서 교수자와 학생,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상담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상담 과정에서 상담 내용의 공개 여부 및 수준에 대한 사전동의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내담자의 프라이버시에 속한 비밀유지를 깨고, 내담자와의 상담내용이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197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타라소프 사례를 살펴보자.

이 사례는 상담과정에서 내담자(포다)가 다른 사람(타라소프)을 해칠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을 때, 상담자가 비밀유지라는 상담의 원칙을 깨고, 이 사실을 미래의 피해자에게 알려야 하느냐의 윤리적 딜레마가 포함된 사건이다.

이 사례에서 상담자는 학교 경찰에 알리고, 지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으며, 슈퍼바이저의 자문을 받았으나 피해자(타라소프)와 그 부모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결국 문제의 내담자는 피해자를 죽였고, 피해자의 부모는 위험을 알리지 않은 것을 문제삼아 상담자를 법원에 제소하였다.

대법원은 다른 사람의 일반적 복지와 안전이 문제가 될 때에는 상담자가 내담자에 대한 비밀유지를 해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정하였다.

요컨대 상담자는 상담과정에서 알게된 내담자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다만 아동 및 청소년 내담자가 성적 학대를 당한 경우나 내담자가 입원할 필요가 있는 경우, 혹은 법률에 의거하여 공개를 요구받는 등의 경우에는 비밀유지를 해제해야 한다.

다소 불편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담 초기에 내담자에게 비밀보장의 한계를 사전에 알리거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내담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를 혹시 모를 문제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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